[승마] ‘한라마’ 천덕꾸러기 오명 벗다
정수복(39) 중문승마클럽 수석교관이 155㎝까지 키가 자란 한라마 ‘명호강문’에 올라 코스를 돌고 있다. 국내에서 개량한 '한라마'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1991년 제주경마공원에 데뷔한 한라마(2009년까지는 제주산마로 불렸음)는 국내 토종 조랑말과 서러브렛을 교배한 혼혈종이다. 사실 한라마는 작년까지만 해도 경주마와 조랑말(천연기념물) 중 어느 한쪽에도 끼지 못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한라마의 가치가 커진 것은 한라마가 서러브렛·웜블러드 등 다른 종들과 달리 멀티플레이어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부터다.
한라마는 서러브렛에게서 물려받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제주경마공원에서 경주마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그 영역이 넓어졌다. 조랑말의 특징인 지구력이 발현되면서 지구력대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승마용 말로서의 가치도 올라갔다. 과거 한라마는 승마용말로는 부적합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말이 작아(서러브렛·웜블러드에 비해) 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제주승마공원은 키 154cm의 씨수말을 보유하고 있고 중문승마장은 155cm나 되는 암말이 있다. 교배하기 따라서는 160cm 이상의 말도 생산할 수 있다는 평이다. 가장 큰 강점은 건강하다는 점이다. 서러브렛과 웜블러드는 인위적인 교잡이 진행되는 동안 뼈가 약해져 부상이 많다. 반면 한라마는 뼈가 단단해 잔부상이 없고 발굽이 강해 편자도 하지 않는다. 향후에는 폴로용 말로서의 가치도 있다. 폴로용 말은 신장제한이 140~145cm로 정해져 있어 한라마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제주승마공원 서명운 대표는 "한라마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지구력대회에서는 세계적인 말들과 어깨를 겨룰만한 가능성이 있다.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한라마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생겼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제주경마공원은 2020년부터 한라마 경주를 폐지하기로 했다. 천연기념물인 조랑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라마를 도태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경주에 출전하기 위한 신장제한 137cm(지난 시즌133cm) 기준도 문제다. 목장에서는 137cm이하의 신장제한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키가 크지 못하도록 굶기고 있다. 크고 건강한 말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제주도는 제주경마공원으로부터 연 550여억원의 세수를 올리지만 말 관련 육성사업보다 돼지·소·닭 관련 산업에 치중하고 있다.
노철 제주승마장협회 회장은 "신장 제한만 사라지면 한라마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키 제한이 사라지면 한라마의 신장이 145cm~160cm 이상으로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밝혔다.
정완모 제주마주협회 회장은 "가능성 있는 한라마가 잡종이기 때문에 경주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생각은 잘 못이다. 현재 최고의 경마 승마용 말들은 모두 잡종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 등 말 선진국들은 직접 교배 육성한 잡종 말(웜블러드·서러브렛 등)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주 뉴시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
|
이전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