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에서 살게 되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화초 기르기, 빨랫줄에 빨래감을 널어 바람에 펄럭이게 하기,
밤하늘 바라보기... 그리고...
빽빽히 자란 잔디를 깎아내며 풀냄새를 맡아보기!
그런데.... 잔디깎기는
상상 속에서 보다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아니 낭만보다는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힘든 노동이라는 것을,
제주 생활 3년이 채 못돼 깨달아 버렸다.
빨래 널기는 여자들 몫이고
잔디 깎기는 남자들 몫이다.
빨래를 너는 일도
영화 속 풍경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결코!
손님들이 사용한 수건이며 이불 등을 세탁소에 맡기면 쉬울 일을
나는 직접 빨기로 했다.
세탁소에 맡기면 손수건과 발수건이 섞이고
이불과 걸레가 섞여 빨려질지도 모를 일이어서.
실제, 언젠가 찜질방에 갔다가,
그렇게 뒤엉켜 빨려지고 있는 빨래감들을 본 후,
나는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것들만큼은
내가 직접 빨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세탁기를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돌리고,
빨래감들을 하루에도 몇번씩 널고 거둬들이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는것은,
햇볕에 바짝 마른 이불이며 수건이 주는 그 감촉,
그 뽀송뽀송한 촉감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 빨래 널기는 그래도
'퍽 낭만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반면, 잔디깎기는 낭만보다는 고역에 가깝다.
잘 깎여진 잔디밭을 보는 것은
밤톨처럼 곱게 다듬어진 여섯살 사내아이의 머리통을 보는 것 만큼
이쁘고 단정하다.
그런데,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잔디깎는 그 시간은,
낭만이라는 단어와는 멀어도 한참 멀기만 하다.
치워도 치워도 불쑥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돌멩이들을 골라내며
수동으로 잔디는 깎는 일은
옆에서 바라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2~3일 동안, 땀이 비오듯 하며 잔디를 깎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도울 일이 아니어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미안함....과 안타까움.
오늘, 비로소 잔디깎는 기계를 주문했다.
잔디 깎는 기계 덕분에
잔디 깎는 일이 좀 더 낭만적인 일로 변한다면,
좋을 텐데...
 없음 |
이전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