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을 하기 좋은 날씨는 어떤 때인가?
당연, 바람이 적당히 불어 덥지 않고,
햇볕은 적당하여 습하지 않을 것.
그리고 짙은 안개는 없을 것!
6월 21일 수요일...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영실→윗세오름(3.7km).
한라산 서남쪽 코스로, 가장 짧은 등산로를 택했다.
서울에서 온 지인 가족과 함께 하는 등반이라
하루 온종일을 등반으로 할애하기엔 좀 그래서였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은 마음도 절반쯤은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영실기암 (오백나한)의 빼어난 경관은 영주십경 중 일경이며,
10월의 단풍은 장관을 이룬다. 1994년 7월 이후
정상부근의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현재 해발 1,700고지인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며
거리는 3.7km, 시간은 편도 1시간 30분 걸린다."
라고 적혀 있다.
성판악 →백록담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한번,
성판악→성판악 코스는 한번,
성판악→진달래밭 →성판악 코스는 한번 오른 적이 있지만,
영실 → 윗세오름은 처음이다.
그냥 밋밋한 산책 코스로만 알고 출발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아름다운 등반은 처음"일 정도다.
상식적인 기준에 의한다면,
이날의 등반은 빵점에 가까워야 맞다.
우선, 날씨가 순탄한 등반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영실에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3천원짜리 판쵸우의가 가려준다해도
몰아치는 강풍은
우의를 들쑥거리며 차가운 빗물을 온몸으로 뿜어냈다.
10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는 또 어떻고?
하지만, 희안하게도 이날의 등반은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등반길에 오른 우리 모두 다 건강하였으므로
세찬 비바람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기쁨이 되었다.
시야를 적당히 가려주는 안개로 하여,
우리들은 주변의 풍경에,
산을 오르는 길섶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만약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툭 틔여
먼 태평양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면,
작은 새소리와 야생화 한포기, 소나무 한그루, 돌멩이 한개에
그토록 탄성을 지를 수 있었을까?
노루샘의 그 달고 달던 물과,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1500원 주고 사먹은 컵라면의 맛은
또 어떻고?
악천후 속 한라산 등반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함께 간직하게 될
세 청춘 남녀, 형원 지원 희원아!
머잖아 다시 한번 손잡고
한라산에 오르자꾸나.
참조)
* 영실->윗세오름 코스의 하산은 어리목 코스로도 가능하며, 식수는 노루샘에서 구할 수 있다. 1100도로에서 영실 진입로 2.5km 지점에 매표소가 있고 시외버스는 여기까지만 운행하고, 승용차는 등산로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매표소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 2.4km, 도보로 45분 정도 소요되는데, 도로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해서 12인 승 이하의 차량과 1톤 이하 화물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 오백나한의 절경을 돌아 구상나무 군락 지대를 지나면 봄에 진달래와 산철쭉이 붉게 물들이는 선작지왓이 보인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정상이 눈앞에 다가오지만 현재는 이곳까지만 등산이 허용되고 있어 등산객들이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려야 한다.
⊙ 영실 ~ 윗세오름 : 3.7km, 1시간 30분 소요
⊙ 매 점 : 영실 휴게소, 윗세오름 대피소
⊙ 대 피 소 : 윗세오름 대피소(유인)
⊙ 교 통 :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문방면(1100도로)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20쯤 가서 영실 매표소에서 내린 후 영실 휴게소까지 2.4km를 걸어서 40분정도 올라가면 된다.
⊙ 문 의 처 : 064)747-9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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