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비가 적은 봄이었습니다.
허브는 다른 꽃들에 비해 물을 많이 먹는 식물입니다.
화단 여기저기 심어놓은 허브들-.
봄이 되자 연초록의 새잎들이 자라고,
줄기가 번식해, 지난 해 보다 훨씬 더 빽빽해졌습니다.
특히나 번식이 잘되는 로즈마리는
이맘때쯤이면 이발 안한 선머슴처럼
줄기가 온 사방으로 뻗쳐나와 가지를 잘라 줘야 합니다.
예쁘게 머리를 쳐줘야
제대로 모양이 잡혀가기 때문이고,
바람에 살랑살랑 거릴 수 있게 빽빽한 가지를
솎아줘야 하지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바싹 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주어 대견하기만 한데,
먼지 풀풀 날리는 건기에는 로즈마리 머리를 자를 수가 없습니다.
잘라진 줄기를 땅에 심어 새로운 뿌리가 자라게 해줘야 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을때 이 일을 하다간,
가지들이 새로 뿌리를 내리기는 커녕 바싹바싹 말라버리기 때문입니다.
허브가 무성해지는 것을 보면서
비가 좀 내렸으면.... 하기를 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요.
드디어 며칠동안 비가 추적거리는
장마철 비슷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로즈마리 머리를 잘라 땅에 심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때이지요.
오늘 아침...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로즈마리며, 오데코롱, 민트 등을 솎아내어
허브 영토를 확장하였습니다.
허브가 차지하는 땅이 넓어질 수록
답답한 가슴도 그만큼 뚫려나가는 것 같습니다.
진한 허브 향이 온몸에 배었습니다.
손바닥에 물든 푸른 허브물을 보며
조금 우울했던 초여름의 하루가
그런대로 행복해집니다.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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