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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범신 칼럼// 요즘 힐링이 대세라는데(퍼온글)
박범신 칼럼// 요즘 힐링이 대세라는데

[한겨레]

현대문학을 가리켜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한 것은 루카치다. 길이 끝났으니 당연히 스스로 길을 만들면서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지도가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고, 의미있는 생을 위해선 ‘지도’를 홀로 그리며 걸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떤 이는 ‘정보화 시대’이니 대명천지라 길이 사방으로 열려 있다고 말할 테지만, 모든 이가 공유하는 정보란 오직 하나, 자본의 욕망에 복무할 따름이다. 더 이상 명령하는 자가 없으므로 우리는 오로지 정보의 길을 따라 주입되는 자본의 명령만을 ‘주체적’이라고 느끼면서, 사실은 반주체적인 ‘불구의 자발성’으로 그 욕망을 좇는다. 자발성이라고 여기지만 자발성이 아니니 불구의 자발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인 듯하다.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른 책들도 대부분 힐링·치유와 관련된 것들이고, 텔레비전에서도 그런 프로가 각광을 받는다. 얼마 전 내가 출연한 적 있는 ‘힐링캠프’에서 나는 오욕칠정을 해방시켜야 진정한 힐링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오욕칠정의 온전한 해방은 삶에 대한 단단한 이데올로기와 확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요컨대 자본의 옥죔으로부터 빠져나올 자기정체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이다. 힐링이 대세인 것은 ‘반힐링’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는 뜻과 같다. 왜 힐링인가, 라고 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힐링 다음의 비전이 없는 힐링은 일시적인 고통의 중절이나 게으른 자의 자기합리화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왜 지금, 힐링인가?

많은 젊은이들이 만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소비에서 내 세대보다 뚱뚱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을 가늠하는 자기정체성의 문제에서 내 세대보다 홀쭉하다. 자본의 욕망이 주입하는 ‘불구의 자발성’을 주체라고 착각할 뿐, 자기 삶의 진실한 지도는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심지어 문학의 길을 가려고 생각한 젊은이들조차 내게 자주 묻는 질문 하나는 자신에게 문학적 재능이 있느냐 하는 것. 문학에의 정체성에 옹골진 확신이 없으므로 많이 해보지도 않고 ‘재능’을 먼저 의심한다. 후회할 길을 가려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오늘날의 젊은이가 고독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재능은 시간의 시험을 거쳐야 완성된다. 이를테면 지금의 내 스타일로 갖고 있는 나의 문체는 데뷔 전의 습작기 때까지 합칠 때 거의 반세기 만에 완성된 것이다. 이십대의 내 문장, 삼십대의 내 문장, 사십대의 내 문장을 이어서 읽으면 고스란히 그 진화과정이 짚인다. 그래서 플로베르도 일찍이 “참다운 재능이란 참다운 인내”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휘트 버넷의 소설작법엔 이런 삽화가 나온다. 한 소년이 부둣가를 지나다가 너무나 크고 화려한 요트를 발견하고 요트 주인에게 찾아가 묻는다. “이 요트는 얼마입니까?” 소년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주인은 이윽고 고개를 저으면서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얘야, 너는 아마 이런 요트를 가질 수 없을 거야. 왜냐하면 이미 내게 값을 물었기 때문이란다.”

모든 젊은이들에겐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의 길은 세계 자본주의적 욕망이 주입하는 길을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인생의 지도라고 착각한 채 임기응변과 다양한 술수를 통해 그 길로 매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길은 ‘요트 값’을 묻지 않고 내가 애당초 갖고 싶은 ‘요트’를 오로지 꿈꾸면서 냅다 그 길로 달려가는 것이다. 장인이란 눈을 가리고 달려가는 경주마와 같다. 눈을 가렸으니 그는 작고 큰 장애에 따라 갈팡질팡하지 않는다. 그에겐 ‘힐링’도 일시적인 고통의 중절이 아니라 먼 비전에 대한 속 깊은 헌신이 된다. 첫 번째 길을 가는 이는 성공하든 말든 반드시 부식의 냄새가 나는 삶의 권태를 만나겠지만 두 번째 길을 가는 이는 결코 권태로울 새가 없다. 힐링은 단지 쉬는 것이 아니며, 바쁜 것, 빠른 것이라고 꼭 나쁜 것도 아니다.

박범신 작가·상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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