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Home > News letter |
|
 |
 |
|
|
 |
| 제목 |
새벽, 오름을 오르며. |
|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그중 오로지 4개의 오름만이 '산'이라는 명칭과 자격을 부여받았는데,
한라산, 송악산, 산방산, 그리고 영주산이 바로 그들입니다.
오늘 아침, 영주산을 올랐습니다.
새벽, 동이 트기 전 정상에 오르리라고 마음먹고 일어났는데,
커피 한잔 마시고, 화장실 한번 가고, 오천이 밥 챙겨주고...
해찰을 하다보니,
해는 벌써 떠오르고 있군요.
엊그제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오늘 일출은 장관입니다.
유난히 빠알갛게, 맑고 풍성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면,
그날 하루는 괜히 즐거워지곤 합니다.
오천이와 차트를 차에 태우고 C&P를 출발한 것이 7시10분.
영주산이 있는 성읍까지 3Km 거리니,
눈 깜짝할 새 영주산 아래에 당도했습니다.
오천이와 차트가 펄쩍펄쩍 뛰며 길을 앞섭니다.
등산객들이 닦아놓은 등산로를 따라 산등성이를 오릅니다.
햇살을 받아,
돌멩이도, 풀도 반짝거리기 시작합니다.
한가롭게 풀을 뜯던 소들이 오늘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요며칠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를 피해 축사로 들어간 모양입니다.
"소들이 없으니, 소똥이 없어서 좋다~!" 했다가,
한차례 훈시만 들었습니다.
"소똥, 말똥처럼 자연친화적인 것이 어디 있냐,
풀만 뜯어먹고 사는 것들의 똥은
수분이 증발하면 마른 건초나 다름없어진다.
바람에 날아가고, 빗물이 씻겨,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
일장 훈시는... 뭐, 이런 요지였습니다.
백번 맞는 말입니다.
산에 막 오르면서 남쪽을 봅니다.
넓은 들판을 건너, 바닷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빨간 지붕의 하얀,
성채처럼 우뚝 솟은 집이 보입니다.
C&P 입니다.
지난 여름, 이곳에 오르면서,
독일 청년 두 명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인사를 나누는데,
"어디서 오셨나요?" 묻는 거였습니다.
"저기, 저 집이요" 했더니,
너무 놀라면서, 부러운 눈빛을 보내더군요.
ㅋㅋ.
그 순간, 저는 세상 그 누구보다더 더 부자인 셈이었죠.
말이 산이지, 영주산 정상까지는
넉넉잡고도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주변 다른 오름들과,
그 오름들 사이사이 펼쳐진 밭들과,
목장들과, 마을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답습니다.
처음으로 영주산에 올랐을 때,
우리는 "여긴, 한국이 아니야!!!" "와우!!!" ...
감탄에 감탄을 했었더랬습니다.
자꾸 보아선지, 그때의 감동만큼은 못해도,
영주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오늘은, 정상에 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과,
자지러지게 푸르른 바다가 모두 한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좋습니다.
맑은 하늘입니다.
깨끗한 공기구요.
내려오는 길...
여느때완 달리 반대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비교적 발길이 뜸한, 소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길을 택해
산을 내려옵니다.
푸른 나무들에서 품어져나오는 향기가
온몸을 감싸는, 정말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 오름:
'오르다'의 명사형에서 유래된 기생화산구(寄生火山丘).
제주도에 368개 있는 얕으막한 봉우리.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져 있고 분화구를 갖고 있고.
단단한 암석이 아니고 스코리아라는 흙과 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
원래는 큰 나무들이 없고 푸른 초원이거나
작은 나무들과 들꽃들만이 바람에 살랑대며 봄을 부비고 있는 곳.
섬 전체가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메마른 땅일 수 밖에 없는 지질학적 특성을 지닌 땅을
풀과 나무가 덮고 있는 오름이 빗물을 머금어
물이 흐르거나 지하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어
지하수를 얻기 어려운 제주도에선 수분을 지켜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없음 |
| |
이전글 |
|
|
|
다음글 |
|
|
|
|
